좋은마음 이야기

좋은마음 나누기 공간입니다.

아이들에게 ‘쓸데없음’을 허하라

  • · 작성자|좋은마음센터 경북북부
  • · 등록일|2016-01-21
  • · 조회수|946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다. 짧고 단순하여 굳이 다른 설명이나 해석을 덧붙이지 않아도 읽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다. 짧고 간결한 구절 속에 크고 깊은 문학적 표현을 담아 깊은 공감과 충만감을 준다.

이 시를 아이들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자.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며, 그리하여 개별 아이들이 가진 어여쁨과 사랑스러움을 진실로 발견하고 있는가? 또는,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볼 수 있게 하는가? 그래서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는가?

부모 또는 교사에겐 아이들에 대하여 사명감(?) 또는 습관 같은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 항상 뭔가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 놀잇감을 사줄 때도 이왕이면 학습적인 놀잇감을 아이들에게 골라 주려 노력한다. 동화나 만화책의 선택조차도 학습적이거나 교훈적인 기준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동화를 많이 읽어야 국어를 더 잘 할 수 있게 도움이 될지, 논술에 강한 아이로 만들어 줄지를 고민한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이런 것들로 채워지는 우리의 아이들. 아이들은 그냥 즐기거나, 마냥 행복하면 안 되는가?

어느 작가는 말하길,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이 표현에서 시라는 말을 아이들의 놀이로 대체해 보자. "놀이하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아이들의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놀이는 어찌 보면 어른들의 눈에 무용한, 그래서 쓸모없는 행위로 비칠지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이 놀거나, 잠시 한눈을 팔거나, 빈둥거리는 행동을 쓸모없는 행위로 보고, 그 쓸모없음을 학습적이거나 교훈적인 것들로 채우려 노력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눈을 팔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딴생각을 해야 깨닫는 것들도 있다. 오래 보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멍하니 있을 때 들려오는 소리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아이의 마음에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고 숙성하여 정말 쓸모 있는 어떤 것으로 변화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은 자꾸 가르치려 들지 않기를 다짐해야 한다. 설명하려 들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이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무용함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삶이 한 뼘 더 고귀해진다.